특집 [인터뷰] '일상 속의 장애인' 공모전 수상작 <달려라 펭귄맨> 길창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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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창인 작가 ⓒ길몽
장애인의 인식 개선을 위한 공모전이 있다.
밀알복지재단에서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스토리텔링 공모전 ‘일상 속의 장애인’이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스토리텔링 공모전은 장애 관련 일화를 모집하고, 수상작을 바탕으로 웹툰, 오디오북 등의 콘텐츠로 제작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는 공모전이다.
지난 27일 춘천의 작은 카페에서 이번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이자, 국민일보 사장상을 받은 <달려라 펭귄맨> 작품의 주인공 길창인 씨를 만나보았다.
- 최우수상, 축하드립니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춘천에서 장애인 기업인 스튜디오 '길몽'을 운영하고 있는 길창인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상업사진과 예술활동을 병행하고 있는데요. 올해 막 개인전을 치른 신입 작가이기도 합니다. 창작하는 것을 좋아해 꾸준히 무언가를 만들면서 살고 있습니다.
- 공모전은 어떻게 참가하시게 되었나요?
어려서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일상 속의 장애인’ 공모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이 조금이나마 장애인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공모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 작품 이야기를 해볼까요? <달려라 펭귄맨>은 지체장애로 뒤뚱뒤뚱 걸어 별명이 펭귄맨인 화자가 마라톤에 도전해 5km 완주에 성공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혹시 길창인 씨 본인 이야기인가요?
네, 저는 선천적으로 아킬레스건이 남들보다 짧아 예전 등급으로 지체 장애 5급이었지만, 지금 등급으로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입니다.
어렸을 때는 아킬레스건이 짧은 것이 병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체육 시간에 뒤뚱뒤뚱 뛰는 모습이 꼭 펭귄 같다고 하여 친구들이 펭귄맨이라고 불렀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제가 다른 아이들보다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 수술 후에 어떻게 되셨나요?
큰 수술이라 6개월 정도 입원했고, 2년 가까이 목발을 짚고 생활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수술 이후에는 펭귄맨이라는 별명도 사라졌지만 그냥 뛰지 못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재활과 치료를 병행하던 와중에 다니던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신경과 선생님을 추천해주셔서 이대 목동 병원을 찾아가게 되었고, 저는 그곳에서 불치병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병명은 ‘CMT(샤르코-마리-투스병)’, 하퇴의 근육 위축과 감각 장애가 일어나는 유전성 신경장애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루게릭의 일종으로 나이 들면서 온몸에 근육이 점점 사라져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린 저에게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 그러다가, 어떻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되셨나요?
불치병 확진을 받고, 우울감에 빠졌다가 스스로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 안에 펭귄맨을 감추고 피나는 재활 치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남들처럼 강도 높은 운동은 못하지만 삶에 큰 문제는 없고 잘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무엇이 계기였을까요. 문득 수술한 지 20년 만에 한 번쯤 제대로 달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다른 사람들이 보면 무모하다고 생각할 만큼 그날 바로 1월 1일에 열리는 5km 단거리 마라톤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 보통 사람도 힘들다는 마라톤은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밤마다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연습했습니다. 20년 만에 처음 뛰는 거라 너무 힘들었지만, 매일 밤 빠르게 걷기와 뛰기를 반복했고 생각보다 실력이 빨리 늘었습니다.
- 완주에 성공하셨나요?
네, 정말 힘들고 추웠지만 한 번도 쉬지 않고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장애인이라는 핑계를 대고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 완주한 이후 달라진 것이 있습니까?
지금까지 저를 아프게 했던 것은 장애가 아닌 남들의 시선이었습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펭귄맨에 투영되어 몸의 장애를 마음의 장애까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마라톤 완주 이후 세상은 바뀌지 않지만, 스스로 나를 바꾸면 나의 세상도 바뀐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오늘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서로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 존중해서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제가 있는 환경에서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길몽

minchul04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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